TV 맛집 조작
남한산성 남문으로 올라가는 초입, 수십개 음식점 중에 'KBS·MBC·SBS 맛자랑에 나오지 않은 집'이라는 간판을
단 집이 있다. 식당들이 너도나도 방송에 나왔다고 자랑하며 손님을 끌려는 마당이어서 이 희한한 간판에 눈이
한 번 더 갈 수밖에 없다.
지상파 TV에 넘쳐나는 맛집 프로그램에 대한 사람들의 불신과 야유가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에서 맛집 소개를 대중화한 공로자라면 '장군의 아들'을 쓴 소설가 홍성유가 꼽힌다.
1980년대 중반 국민소득이 2000달러를 넘어서고 외식이 산업으로 자리 잡기 시작할 무렵 그의 아호를 딴
'백파 별미기행'은 맛을 찾아나선 사람들을 음식점으로 이끌었다.
그 시절 백파가 "지금의 식도락 당수(黨首)는 나지만 초대 당수는 따로 있다"고 한 사람이 있다.
1950년대 '식도락 근처'라는 글을 잡지에 연재해 이 잡지 판매부수를 두 배로 올렸던 동화작가 마해송이다.
▶당시 서울 최고 양식당이었던 남산 외교구락부 주방장은 새 메뉴를 개발하면 맨 먼저 마해송을 모셔 시식회를
열고 품평을 받았다고 한다. 80년대 후반 백파가 서울 강남의 고래고깃집에 관해 글을 쓴 3주 뒤 그 집을 가 본
일이 있다. 식당 주인은 "3주 매상이 그 전 1년 매상을 넘었다"고 했다.
두 사람의 강력한 영향력은 대중이 두 사람의 입맛 수준과 식당 추천을 믿고 따르는 데서 나왔다.
▶일본 TV에서 한때 채널마다 '오이시(맛있네)'를 외치는 프로그램이 넘쳐나더니 요즘 우리 TV가 그걸 한창
흉내 낸다. 지상파 TV에 손님들이 엄지손가락을 세우고서 "정말 끝내줘요" "정력에도 좋대요"라며 맛집을
치켜세우는 프로그램이 10개가 넘는다. 1년이면 줄잡아 수천개 맛집이 탄생하는 셈이다.
방송대로라면 우리는 '맛의 천국'에 사는 것 아닌가 착각할 만도 하다.
▶지난주 전주국제영화제에 출품된 김재환 감독의 다큐멘터리 '트루맛쇼'가 지상파 TV의 맛집 프로그램에
얽힌 비리를 폭로했다. 한 프로그램에서 "먹다 죽을 만큼 예술이에요"를 외쳤던 사람은 동원된 가짜 손님으로
밝혀졌다. 식당 100여곳으로부터 돈을 받고 방송에 연결시켜 준 브로커도 있었다.
김 감독 자신이 분식집을 열어 두 방송사에 1000만원, 900만원씩 내고 전파를 탄 과정도 그대로 소개됐다.
안 그래도 하루하루가 팍팍한데 먹는 즐거움마저 우롱한 이 못된 방송사들을 어떻게 혼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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