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나라가 어렵고 우리 국민이 한심하게 느껴질 때도..."
"- 지금 대한민국호에 승선한 국민들은 자기 잘못을 모르고 집단 멀미에 어지러워 하고 있다.
나는 남북통일을 위하고 북한동포를 위해... 미국 영주권을 받고 살아보니 미국이 왜 세계 1등국민이고, 한국이 왜 후진국민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미국을 우습게 보는 한국 사람들이 미국을 욕하기 전에 미국의 좋은 것은 배우고, 옳은 길이라면 따라가서 [1등국민]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전합니다."
위의 글은 지난 세월호 사건 때 '미국 동포의 간절한 소망'이란 내용으로 인터넷 상에서 떠돌던 글이었는데, 이게 망령이 되살아난 것인지 다시 내게 전달되어 황당하였고, 이 황당함은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되어 이 글을 전해 준 분에게도 곧바로 반박의 글을 보냈습니다.
위의 글을 쓴 익명의 어느 미국 동포는 서문격인 위의 글에 이어 우리가 잘 못 알고 있음직한 미국, 그래서 올바로 알고 배워야 할 미국의 장점 10가지를 조목조목 나열하여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그 내용에는 일반적으로 수긍하는 편이지만, 그가 말하는 미국의 장점은 미국 뿐 아니라 이른바 선진국이라고 일컫는 돈많고 힘있는 나라라면 누구나 바라고 실행할 수 있는 것이기에 국민성까지 들먹이며 뭐 그리 대단하게 떠들 것도 없습니다.
나는 모든 일에 대한 관점을 '현장 중심'으로 보고 이해하며 실행하기 위해 애쓰는 편입니다. 현장이 없는 그리고 그 현장에 없는 일과 사람의 논리는 힘이 없는 탁상공론의 이론에 그칠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모든 일에 있어서도 현장을 중시하고 그리고 그 현장에서 직접 일을 담당하는 실무자의 입장에서, 실무자 위주와 편의대로 일을 진행합니다.
위 어느 미국 동포의 글은 아래로 읽어 내려 가기도 전에 나의 화를 돋구었습니다. 미국 영주권을 받고 사는 이유를 마치 남북통일과 북한동포를 위해 그렇게 한 것인 양 애국자연(愛國者然) 하는 말투가 욕지기가 나올 만큼 내 비위를 거스렸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이, 한국사회가 그의 말마따나 집단 멀미에 어지러워 하고 있는 고통 중에 있는데, 그는 지금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사람을 건져주기 위해 생명줄을 던져 줄 생각은 안하고 물 밖에서 이래라 저래라 "너희가 그 모양이니 물에 빠져 죽어가는 거다~" 라고 말질이나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나는 이런 사람이 가장 싫습니다.
예전 아주 오래 전에 내가 목사도 되기 전 외항선 항해사로 있을 때, 예수 그리스도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할 무렵 카나다에 갔었는데, 그곳에서 카나다의 기독교 기관에서 일하는 어느 한국인 목사를 만났었습니다. 그는 나와 종교 이야기를 하는 중에 한국 교회를 맹 비난했습니다. 한국 교회의 문제점과 개선해야 할 점들을 조목조목 들이대며 의기양양할 정도로 자신의 주장을 굳혀갔습니다. 나는 그 당시 한국 교회의 상황을 잘 모르는 입장에서 그에게 물었습니다.
"목사님 말씀을 들으니 정말 한국 교회가 문제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국 교회의 문제점과 그 개선점을 잘 아시는 목사님이 왜 한국을 떠나 계십니까? 여기에서 제게 열변을 토한들 무슨 변화가 있겠습니까? 그러니 목사님께서 이런 좋은 생각들을 한국에 들어가서 한국 교회 안에서 한국 교회가 겪는 고통과 함께 하면서 그 고통의 현장 한 가운데서 외치신다면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예수님이 하늘 보좌를 버리고 이 부조리와 모순이 가득한 죄악의 땅에 내려 오셔서 그 죄악의 현장에서 십자가에 못박히신 것처럼 말입니다." (그당시 이렇게 말한 나는 신학은 커녕 교회도 다니지 않을 때이므로 단순한 인간적 상식? 으로 말했을 뿐입니다^^)
그 목사님은 나의 이 말에 아무런 대꾸를 못하고 슬그머니 그 낯뜨거운(?) 현장을 물러갔습니다.
다시 위 글의 어느 미국 동포의 이야기로 돌아갑니다. 개그맨 김병만씨가 한참 유행시켰던 재미있는 말이 있습니다.
"-가보지 않았으면, -해보지 않았으면, -맛보지 않았으면... 말을 말아!" 라는 말처럼, 내가 미국에 살고 있지 않으니 미국
사정은 잘 모르겠고 그래서 미국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을 안 합니다만, 그렇다면 그 역시 지금 한국에 살고 있지 않으므로 한국에 대해 함부로 입을 놀리면 안 된다는 말이지요. 지금 한국은 그의 말대로 집단 어지러움증에 걸려 고통을 받고 있는데 자기는 그 고통의 현장 밖에서 강건너 불구경 하듯 하면서 무슨 말이 많은가 하는 겁니다. 뭐라구요? 남북통일을 위하고 북한동포를 위해 미국에서 영주권 받고 살아가고 있노라구요?....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릴 하고 있는 겝니까?! 대한민국이 안 되는 이유가 있다면 바로 이런 사람들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이 그 숱한 난관 중에도 버틸 수 있는 힘이 있는 것은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나 하고 있는 위의 미국 동포 같은 사람의 입방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묵묵히 이 고통의 현장에서, 지금까지 쌓아 온 삶의 터전을 지키며 그 가운데서도 소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현장의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신약성경 [마태복음 23장]은 외식하는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에 대한 예수님의 통렬한 비판이 담겨 있습니다. 위의 미국 동포 같은 화를 돋구는 사람들을 가리켜 지칭하는 말처럼 들립니다. 그들은 "또 무거은 짐을 묶어 사람의 어깨에 지우되 자기는 이것을 한 손가락으로도 움직이려 하지 아니하며"(4)라고 예수님이 책망하는 그런 류의 사람들입니다.
또 더 화가 나는 내용이 있습니다. 미국을 세계 '1등국민'이라 말하는 것에는 내가 미국 국민이 아니니 뭐라 말할 것 없습니다. 그런데 한국에 대해 '후진국민'이라는 자학적인 악평은 정말 듣고 참아내기 어렵습니다. 더욱이 한국인이 한국인을 이렇게 말하다니.... 지금 한국은 어쨌든 독일의 '라인강의 기적'에 이어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 낸 대단한 잠재력의 나라요, 아침 일찍 해뜨는 나라로 세계 곳곳에서 칭송이 들려오고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의 한국인의 활약상과 더불어 한국인의 위상이 엄청나게 높아지고 있는데, 그는 왜 한국을 그렇게 후진국가라고만 생각하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물론 세계 1등국인 미국에 비하면 후진국이겠지만, 동남아 등의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거나 세계 전체적인 개발 속도로 따진다면 지금의 한국을 결코 후진국이라 말할 수 없는데 그는 왜 이런 발전 부분은 간과하고 미국에 빗대어 부정적인 면만 보고 있느냐 하는 겁니다.
또한 선진국이니, 후진국이니 하는 국가 위상의 기준을 어디에 두고 말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그가 지적한 한국인의 부정적 생활상을 부인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나 그렇다면 한국과 비교되는 미국은 어떻습니까?! 약자를 배려하는 나라라고 하면서 왜 이렇게 지금까지 흑백 인종 문제로 시달리고 있는 겁니까?! 왜 이렇게 학교마다 무차별 총기 난사 사건으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입니까?! 이런 일보다 더 부정적 사회상이 있겠습니까?!
아, 오해 없기를 바랍니다. 나는 젊은 시절 한 때 나 역시 미국에 이민가서 살기를 소망했던, 그만큼 미국을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미국을 맹목적으로 좋아한다거나, 한국을 무조건 '엽전 짚새기' 취급해버리지는 않습니다. 아무리 나라가 어렵고 우리 국민이 한심하게 느껴질 때도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진정 나의 조국을 매도하거나 폄하하지는 않았습니다. 왜냐구요? 나는 내 핏줄인 한국인들을 누구보다 사랑하니까요. 마치 예수님이 선민인 이스라엘만(?)을 감싸고 있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에이~, 이제 이 글은 그만 쓸랍니다. 그 미국 동포인가 뭔가 하는 사람의 글 때문에 내가 이토록 화를 내는 것 자체가 바로 내가 한국인임을 잘 증명해주고 있는 증거입니다. 오히려 한국인으로서의 나의 정체성을 발견하는 기회가 되어 도리어 하나님께, 그리고 더 이상 거론하고 싶지 않은 그 미국 동포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해야겠기 때문입니다. 누가 뭐래도 나는 한국인이며, 한국인으로서의 긍지를 가지고 세상을 아래로 굽어보는 그리스도인이라는 사실이 나를 일깨웁니다.
한 해가 저물어 가는 길목에서 하늘을 위로 하고 대지를 딛고 서서 "나는 누구인가?"를 다시금 물을 때입니다.
고양호스피스 조규남 목사님-AbrahamJo-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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