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삶의 휴식

파파 프란치스코

elderseo 2014. 8. 18. 14:44

파파 프란치스코 -프란치스코 교황 방문이 남긴 것
   2014/08/17 21:16

 

한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얼굴은 모나지 않은 계란형이다. 그래서 친근감을 더 준다. 그 얼굴이 인자하고 천진스런 미소와 웃음으로 찰 때면 누구든 포용하는 어버이의 모습이다. 그래서 그는 역대 교황 중 '파파'란 교황의 비공식적 호칭에 제일 어울리는 ‘파파 프란치스코’이다. 여기서 '파파'는 물론 아버지라는 뜻의 라틴어인 'papas'에서 유래한 것이다. 참고로 교황의 본명은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다.


그는 “나를 위해 기도해 달라”며 한껏 자세를 낮추는 ‘기도 동냥’으로 만나는 사람들에게 푸근함을 안긴다. 파파 프란치스코의 파격에 가까운 이런 소탈함과 검소함은 전 세계 12억 신자를 가진 가톨릭교회 수장인 교황으로서의 그의 리더십의 바탕이기도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
불러일으키는 긍정적 효과와 신드롬을 낳고 있다. 지난 해 그의 브라질 방문이 5000억 원 이상의 경제효과를 유발했다는 통계도 있고, 세계의 유수 언론들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선정되는 등 종교의 유무를 떠나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다. 페이스북 트렌드 파워 1위에 트위터 팔로워만 1천4백만 명이 넘는다. 스스로를 낮추는 겸손함, 다름에 대한 포용, 소외받는 자들에 대한 배려 등 인간에 기반을 둔 그의 리더십 때문이다.


파파 프란치스코에겐 그러나 이런 서민적이고 친근한 아버지의 이미지만 있는 게 아니다. 어떤 부정적 현안에 대해서는 날카로운 메시지로써 그에 대항하는 매서움을 겸비하고 있다. 예컨대 교황 즉위 직후 "규제 없는 자본주의는 새로운 형태의 독재"라며 자본주의의 부정적 측면을 강하게 비판한데서 그런 면모를 엿볼 수 있다.


한국을 방문한 그의 일정은 만 일흔 일곱 살의 나이와는 무색할 정도로 빡빡하게 짜여있다. 이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대중적인 행사가 많다는 점이다. 16일 광화문광장에서 윤지충 바오로를 포함한 한국의 순교자 123위에 대한 諡福미사를 집전한데 이어 장애인 요양시설인 충북 음성 꽃동네로 이동, 장애인들과 한국 수도자 4000여 명을 만났다. 하루 앞선 15일에는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천주교신자들과 세월호 참사 가족 등 5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가톨릭 주요행사인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집전했다.


이런 행사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월호 참사 가족들과 단원고 학생들을 따로 만난 것은 의미가 깊다. 교황은 방한 전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에게 깊은 위로의 뜻을 전한다"며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과의 만남을 받아들였을 뿐 아니라 "생존 학생들과도 만나고 싶다"는 뜻을 피력한바 있어 단원고 학생들과의 만남이 이뤄진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세월호 참사 가족들과의 만남은 브라질 부에노스아이레스 추기경 시절인 2004년 부에노스아이레스 나이트클럽 화재 참사로 200여 명의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었을 때를 떠올리게 한다. 그는 수년 뒤 추도 미사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일하고 아첨하고 돈 버는 데만 골몰하고, 주말을 어떻게 즐길까 하다 더는 여기에 없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 충분히 울지 않았다"며 정부와 행정당국에 일침을 가했다.


억울한 시민들의 죽음을 기억하고 추모하면서 거기에 책임이 있는 사회구조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종교의 정치개입이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그에 대한 교황의 일침이 날카롭다. "성직자가 행하는 모든 행위는 정치적인 것이다. 인간적, 종교적 가치를 설파하다 보면 정치적 결과가 따른다. 좋든 싫든 이것이 사실이다."


수백 명의 어린 학생들이 산채로 수장된 세월호 참사를 두고 아직도 시원한 진상규명과 관련자 처벌 등의 방향조차 결정하지 못한 채 정치권에서는 싸움박질이고 사회는 시끄럽다. 이런 상황에서 교황은 먼 길을 마다않고 달려와 이들 희생자 가족들을 어루만져 주었다. 희생자 가족을 껴안고 “(세월호 참사를) 마음 속 깊이 간직하고 있다”고 위로한 그 모습에서 파파 프란치스코로서의 어버이 같은 자상함과 인자함이 묻어난다. 하지만 한편으로 그 것은 생명과 인간경시 풍조의 우리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메시지이기도 하다.

 

[조선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