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이야기

함께 울어줄 수 있는 사랑이 아름다워

elderseo 2013. 7. 18. 21:04

 

함께 울어줄 수 있는 사랑이 아름다워
최수니  순이 님의 블로그 더보기
입력 : 2013.06.24 16:14

 

얼마 전 93세 노인이 같은 병원에 입원한 사지마비 여인을 좋아해서
연애 한다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풋풋한 사랑은 93세 어른에게도 찾아오고, 4월 23일 쓴 글)

댓글에 김춘수 시인의 시를 인용하여 두분의 사랑에 대해 격려를 하는 분도 계셨고
영화 "Away From Her" 가 생각난다고도 하셨습니다.
그 영화가 요양병원에서 치매노인의  사랑이야기가 곁들인
부부의 사랑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내가 치매로 요양 병원에 입원시킬 수밖에 없었는데
아내는 인지 장애로 남편을 몰라보고 요양병원에 입원한 다른
남자를 좋아하는데도 극진히 간호하는 남편의 이야기라고 하는군요.
두 분 모두 건강히 지내실 수 있으니 좋은 일이라
주위 분들이 응원해주시면 좋겠다고 하신분도 계셨습니다.

 


병원 직원 중 누구도 할아버지의 연애를 (?) 나쁘게 말하는 분은 없습니다.
격려하는 분위기고 두 분이 다정하게 지내는 것이 보기 좋습니다.
그러나 같은 환자의 입장에선 조금 샘이 날 수는 있어 보입니다.

할아버지가 좋아하는 양이 아주머니는 사고 후유증으로 사지가 마비되어
생각은 다 할 수 있지만 활동을 못하고 오랜 기간 누워계시는 분입니다.
양이 아주머니 맞은편 침상에 계신 할머니가 스스로 식사를 못하셔서
식사 수발을 하러 그 병실에 갔습니다.
간병인들이 있지만 간병인들이 손이 딸려서 식사를 기다려야 하는  환자들을 위해
병원 직원이면 원무과나 물리치료실 간호사와 약국까지 업무에 구별 없이
식사 도움을 드리게 됩니다.
강제는 아니지만 스스로 식사를 못하시는 어른들도 많고
삼키기 어려워서 음식에 대한 질식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지켜봐야 합니다.


치매 환자 분들은 밥인지 반찬인지 구별을 못하기도 하고
음식을 입안에 떠 넣어서 먹는 평생해온 방법을 잊어서 손으로
헤집고 계시는 분도 있습니다.
씹는 것을 못하기도 하고 삼키는 것을 잊어버리기도 합니다.
식도로 넘어가야할 음식이 자칫 잘못하여 기관지로 넘어가면
위험하기 때문에 식사시간은 전 직원이 환자를 보살피게 됩니다.

나는 마침 할아버지가 좋아하는 양 아주머니 맞은 편 할머니의
식사를 돕고 있을 때였습니다.


할머니는 식사를 드시려는 의욕이 없으셔서 식탁을 물끄러미
바라다보실 뿐 숟가락을 들어 식사를 하지 못하셔서
미음을 떠서 입안에 넣어드리는 수발을 하고 있었습니다.
입안에 까지 떠 넣어드려도 삼키는 것을 잊고 우물거리기만 하고 계시면
"어머니! 삼키셔야지요. 꿀꺽 꿀꺽!..." 이려며 삼키는 시늉까지 해 보여야 합니다.
그러면 할머니께서  그제야 처음 하는 일인 듯 신기해하며 삼키십니다.


내가 식사를 돕고 있는 할머니는 아직 반도 못 드셨는데
할아버지께서 식사는 어떻게 하셨는지 급한 걸음으로 오셨습니다.
당신이 사랑하는 양이 식사를 떠먹이려고 오신 것입니다.
(할아버지는 사지마비로 누워있는 아주머니를 성이 양씨라고 양이라고 부르십니다.)

내가 식사 수발을 하고 있던 할머니는 맞은 편 침상을 물끄러미 보시더니
입을 삐죽 거리면서 "영감 왔다." 이러십니다.
내가 잘 못 들었나? 깜짝 놀라 다시 물었습니다.
"어머니 뭐라고 하셨어요?"
할머니는 눈까지 찡끗 하시면서 앞 침상을 가리키며 "영감 왔어."
또릿하게 말씀 하시는 겁니다.
당신의 생존에 절대 필요한 식사를 드시는 것도 스스로 못하시는 분이
질투의 감정은 선명하신 것이었습니다.
할아버지의 사랑을 받는 양이 아주머니가 부러우신 겁니다.
"어머니! 아버님은 어디 계세요?"라고 여쭈니까
"죽었어, 벌써 오래전에 죽었어." 이러십니다.


할아버지는 양이 아주머니 식사를  떠먹이는 것은 물론이고
침상에 앉힌 채로 양치까지 해 드립니다.
식사 수발과 달라서 양치는 좀 힘든 과정입니다.
환자가 입을 벌리고 있으면 칫솔질을 입안 구석구석까지 하고
양칫물로 입안을 가시게 해서 그릇에 뱉게 하는 과정을
여러 번 해야 하는데 비위가 약한 분은 정말 힘든 일입니다.
나는 누가 양치해서 입안을 행군 물을 뱉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속이 메슥거립니다.
직원들도 식사수발까지는 하지만 양치는 간병인들이 하게 됩니다.
할아버지는 양이 아주머니의 양치를 도와드리면서
거의 입속으로 들어갈 기세로 입안을 살펴가며 양치를 골고루 시켜 줍니다.
그게 사랑이 아니면 쉽게 할 수 있는 일이겠습니까?


할아버지 연세가 높다 보니 어느 날은 혈압이 갑자기 떨어져서
침상안정을 취해야 했습니다.
할아버지가 너무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을 아니까
혈압이 정상으로 될 때까지 만이라도 링거를 맞으며 누워계시라고 했습니다.
할아버지가 아파서 누워 계시자 양이 아주머니가 할아버지 방에 오셨습니다.
사지마비시라 간병인의 도움 없이는 침상에서 혼자는 내려오기 어렵고
휠체어도 밀어 드려야 하는데 누가 말씀을 드렸는지
아니면 식사시간에도 못 가시니 궁금해서 간병인의 도움으로 알았는지
할아버지 곁에 와서 울고 계셨습니다.
아주머니는 휠체어에 앉아 할아버지 침상 옆에서
정말 주먹만 한 눈물을 뚝뚝 떨구고 있습니다.
자기 손으로 눈물을 닦을 기능이 잘 안되어 냅킨으로
눈물을 닦아 주면서 "이게 사랑이구나"하는  감정을 느꼈습니다.
하도 울어서 양아주머니를 병실로 보내고 났더니
할아버지는 링거를 뽑자마자 양 아주머니 병실로 달려가시더군요.


아플 때 진심으로 걱정해 주고 옆에서 울어줄 수 있는 사랑
양치를 해 주고 양칫물을 구역감 없이 받아 줄 수 있는 사랑
정말 아름답고 보기 좋습니다.

자녀인들 가족인들 그렇게 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연관 글 / 풋풋한 사랑은 93세 어르신에게도 찾아오고 

http://blog.chosun.com/suni55/6915674 )


 

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