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이야기

어린이집 폭력보다 더한 간병인의 노인 학대

elderseo 2015. 4. 15. 23:34
어린이집 폭력보다 더한 간병인의 노인 학대


깊은 밤
한 겹 천으로 된 커튼 넘어 할머니는
대변 마렵다고, 화장실을 가겠다고 자꾸 말씀 하시는데
조선족 개인간병인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자고 있습니다.


내가 기운이 있으면 도와드리겠는데 손에는 링거가 꼽혀있지
어지러워서 잠도 못 들고 뒤척이고 있는데 할머니까지 그러시니
견디기 너무 힘든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할머니는 여러 번 소리를 지르고 침상이 삐걱 거리는 소리도 나고
부스럭 거리다가 조용해집니다.
인지장애가 있는 할머니께서 초저녁부터 통장이 없어졌다고 도둑 잡아야 한다고
난리를 치고 수선을 떠시던 소리를 들은 터라 그러다 주무시는 줄 알았습니다.
나도 살 풋 잠이 들었나본데 쿵쾅 거리는 소리가 나고 병실 불이 켜지더니
간병인의 쇠 된 소리가 병실을 울립니다.
"할머니 내가 기저귀에서 싸라고 했잖아? 하이고 내가 미쳐....."
할머니는 화장실을 가시려고 혼자 침대를 내려와서 침상 옆에서
볼일을 보고 쭈그려 앉아서 잠이 드셨는지 뒤처리를 하려고 하셨는지
당신 소변에 미끄러져 넘어지는 사고가 나서 사태는 것 잡을 수 없이 커졌습니다.
주사는 빠지고 할머니는 대소변이 흥건한 곳에 넘어져서 옷이 엉망이 되었습니다.
간호사들이 쫒아와 주사를 정리하고 할머니 옷을 갈아입히고
간병인은 청소를 하고 한바탕 난리가 났습니다.


간병인은 어제 저녁도 못 잤는데 오늘 밤도 이런다고
할머니를 구박구박 하면서 말을 함부로 합니다.
할머니가 배가 고프다고 하자 그러니까 아까 저녁 많이 먹으라고 했잖느냐 고
한 밤중에 뭘 먹겠다고 하냐고, 내 그럴 줄 알았다고 억센 연변 억양으로 대꾸합니다.
할머니가 구박받는 것을 참을 수가 없어서 간병인에게 내가 듣고 있다는 신호로
헛기침을 크게 서너 번 연달아 했습니다.
할머니는 구박을 고스란히 당하면서 아무 말 못하고 기침만 쿨럭 거리셨습니다.
개인간병 하는 분이 고생이야 하겠지만 한분 모시는 것도
저런 방법으로 하면 어떻게 인지장애 노인을 맡길까 싶더군요.
어린이집에 말 못하는 어린이를 맞기면 개중에 인성이 좋지 않는 어린이집 교사가
아이를 학대하는 일로 온 사회가 들끓고 분노하는데 인지장애를 가진 노인 학대가
눈앞에서 벌어지는 것을 보고 몸이 아픈 중에도 충격이 되었습니다.
만약 할머니와 개인간병 두 사람만 집에 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할머니를 재우기 위해 초저녁만 되면 수면제를 타야겠다고 하고
조금만 아프다고 하면 진통제를 주치의에게 놔 달라고 하는 등
환자 위주가 아닌 간병인 위주의 간호가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인지장애가 있어서 자신이 받는 구박을 보호자에게 정확하게 전하지도
못하시니까 안심하고 노인 학대를 하는 것입니다.
다음날 보호자가 오면 알려야 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보호자가 오자 간병인은 태도를 180도 바꿔서 할머니께 그렇게 친절 할 수가 없습니다.
할머니가 기침을 쿨럭 거리자 등을 두드려 드리며 가래를 뱉으라고 휴지를 뽑아 드리고
뭘 드시겠냐고 상냥하게 묻고 환의를 반듯하게 입혀드리고
침상 시트에 주름이 없도록 펴 드립니다.
속으로 내가 아무리 아파도 저 가증스러움을 보호자에게 말해 주리라 벼르고 있는데
보호자인 아들은 간병인과 수다가 늘어집니다.
할머니의 보호자 아들이 간병인의 고향을 묻자 연변이라고 하니까
백두산을 가느라고 연변을 갔었는데 연변 술값이 싸고 술이 맛있어서
또 가고 싶다는 등 쓸데없는 무용담을 떠벌립니다.
가이드가 치안이 좋지 않으니까 호텔 밖을 나가지 말라고 했지만
자기는 밤에 나가서 돌아다녔노라고 무슨 전쟁영웅이라도 되는 듯 신이 나서 말합니다.
간병인은 고향이야기니까 좋다고 박자를 맞추고 할머니의 상태와 지난밤 수면 같은 것은
물어보지도 않고 얼굴에 상처가 난 할머니는 안중에도 없습니다.
늘 아픈 노인, 돈만 드는 노인인데, 병원 치료 받게 하고 개인간병까지 쓰니까
자식도리를 다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할머니를 쓸데없이 존재하는 잉여인간 쯤으로 귀찮게 여기는 분위기라
할머니의 억울함을 보호자에게 알릴 방법이 없었습니다.

간병인은 보호자의 비위를 맞추느라 온갖 아양을 떠는데

어리석은 보호자는 할머니가 아닌 간병인에게 마음이 쏠려 있었습니다.


우리 병원만 해도 공동간병이기도 하고 지켜보는 눈이 많고
간병인 교육을 철저하게 시켜서 그런지 간병인이 어르신들께 함부로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는데 그런 모습을 보자니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할머니는 폐렴치료 후에 요양병원으로 가신다고 하기에
우리병원을 소개해 주려고 보호자에게 명함을 드리면서 인사를 건네자
환자몰골을 하고 요양병원 소개를 하는 내 모습이 우습게 보였는지
아래 위를 훑어보는 시선이 “너나 잘 하세요.” 이런 느낌이고
건성으로 네네 하면서 귀찮아해서 더는 어쩌지 못했습니다.
그 보호자는 할머니의 입 퇴원 반복에 이미 질려 있는 듯 하고
할머니의 안위에 대해서는 아무 관심도 없어 보였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다 바쁘고
노인들은 수명이 대책 없이 길어져서 병원치료를 받으며
오래 삶을 연명하다보니 부작용이 발생하여 삐걱 거립니다.
나이가 많아도 스스로 내 몸 단속이라도 하면서 살만 하면 문제가 없지만
인지장애가 오든가 골절 등으로 몸을 움직이기 어렵거나 기력이 떨어지면
타인의 손을 빌려 삶을 유지해 나가야 하는데
그럴 때 많은 비용과 더불어 노인 문제가 발생합니다.
얼마 전부터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이 대안으로 등장하긴 했지만
그것도 많은 사회적인 비용과 간병문제가 수시로 발생하는 것입니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고 했는데
인생의 아름다운 마무리가 쉽지 않은 것을 봅니다.
나 이외의 타인은 자식에게라도 힘들게 하지 않고
학대 당하지 않고 삶을 마감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