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알보다 빠르다>
/ 허홍구(대구 출생. 시인)
여자 홀리는데 날쌘 친구가 있었다.
우리들은 그를 총알이라 불렀다.
총알이 점찍어 둔 여자를 내가 낚아챈 일이 있고부터
친구들은 나를 번개라 불렀다.
30여 년이 지난 어느 날
대폿집에서 몇이 모여 옛날을 이야기 하다가
지금도 총알보다는 번개가 더 빠르다고 강조하였다.
총알이란 친구가 웃으며 말했다.
이젠 우리보다 훨씬 더 빠른 세월이란 놈이 있다고.
우리는 벌써 여섯 고개를 넘어서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