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후(王垕)라는 인물이 있다. 조조 군중의 군량미를 다루는 미관말직에 있던 인물이다. 이런 인물은 삼국지를 읽을 때 현미경으로 읽어야 찾아 낼 수 있는 인물이다. 아무튼 이 사람이 요즘 군대로 치면 1종계 겸 군량미를 쌓아두는 창고를 관리 했다. 조조가 원술을 토벌하고자 그의 본거지인 수춘이라는 지방을 포위했을 때, 군중에는 군량미가 거의 바닥이 났다. 마침 그 때 왕후가 들어와 군량미부족을 아뢰며 걱정을 널어놓는다.
조조는 그에게 명하기를 군량미를 반으로 줄여서 지급하라고 명한다. 왕후가 그렇게 하면 군사들의 원성이 자자할 것이라고 하자, 조조는 나름 계산이 있으니 강행을 하라며 명한다. 어느 안전이라 항명하겠는가. 왕후에게 그런 명령을 내린 후 조조는 심복에게 영문을 돌며 군사들의 동정을 살피게 했다. 과연 군사들은 불만이 가득하여 전쟁을 할 수 없다며 아우성친다는 보고다. 보고를 마친 심복이 물러가자 조조는 왕후를 다시 불러들였다.
그리곤 다짜고짜 물건 하나를 빌려달라고 한다. 자신과 같은 미관말직에게 빌려달라는 물건이 있다니 깜짝 놀랐지만 조조는 태연히“네가 죄 없음을 안다만 너의 머리(모가지)를 빌려 군사들의 불만을 해소하고 전쟁에 임하면 너는 충신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 다만 네가 죽은 후에라도 처자는 내가 맡아서 보호할 테니 조금도 염려 말라!”가부간의 대답도 하기 전 이미 도부수들을 불러 왕후의 모가지를 댕강 잘라 원문에 높이 효수하며“이놈이 군량미의 반을 잘라 먹은 도둑놈이라 군법을 시행했으니 그리 알라!”그렇게 군심을 진압한 뒤 이어서“만약 사흘 안에 적을 섬멸하지 못하면 너희들도 모두 군법을 시행하여 모조리 목을 베리라!”그때가 서기197년, 단기2530년(중국 漢헌제 건안2년, 고구려 산상왕 원년, 신라 내해왕 2년, 백제 초고왕32년)이다.
흔히들‘복지는 동전의 양면’이라고 한다. 소위 복지라고 하는 것은 거의가 세금을 통한 복지를 그 근간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나라의 세수가 많아야 그만큼 복지도 널리고 혜택도 많아지는 것인데, 세금을 마구잡이로 걷으면 가렴주구 한다며 폭동이 일어날 것이고, 나라님 되겠다고 이런저런 복지에 관한 공약을 했는데 입 싹 닦고 있으면 뻥을 쳤다고 난리 날 것이고 이래저래 참 어렵고 힘든 게 복지다.
국가의 세수가 점점 줄어들어 국고가 말라 형편무인 지경이란다. 그러나 공약을 지키자니 돈은 없고 아니 하자니 거짓말한 게 되어 정부로서는 진퇴양난에 빠진 모양이다. 그렇다고 국채만 마구 발행하는 것도 능사만은 아닐 것이고. 그래서 생각해 낸 게 담배 값 인상이라고 대다수의 끽연가들의 주장이다.(필자는 담배를 안 피우니 그런 주장에 동조 않는다.)
그러나 문제는 국고가 메말라가는 이유는 다른데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의 혈세가 엉뚱하게 써여지는 이른바 혈세누수현상을 지적하고 싶은 것이다. 필자는 며칠 전 반농반진으로 담배 값 인상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피력한 적이 있었다. 잠시 살펴보면 감방에 들어 앉아 1년간 세비를 6억 씩 타먹는 놈, 그자가 관련된 명색만의 정당에 지급하는 정당보조금, 하는 일이라고는 당리당략에만 함몰되어 대갈빡 깨지게 싸우며 세비는 고사하고 명절을 기해 상여금까지 챙기는 300명의 국회의원 놈들, 복지예산 모자란다며 국민의 혈세를 개인의 개에게 아낌없이 베푸는 시장凜. 이런 자들에게 주는 혜택만 없애도 졸지 담배 값을 물경100% 가까이 올려가며 끽연가의 원성을 살 이유가 없을 것이다.
대저 어떤 정책이나 전략이든 국민(군사)에게 호응을 받거나 설득을 시키려면 희생양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 생각도 없이 마구잡이로 정부의 시책이니 무조건 따르라면 그게 독재가 아닌가? 국민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대안을 내 놓고 담배 값을 올린다면 100% 아니라 200%를 올려도 수긍할 것이다. 엉뚱한(위에 열거한..)놈들의 복지는 더 加해서 집행을 하고 국민들에게만 허리띠를 졸라 졸라매라면 어떤 놈이 좋아 하겠는가?
이아침 늙은이들에게 20만원 지급 않는다고 대통령 취임식부터 방방 뛰든 놈은 아무소리 없는데 박근혜 대통령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지지성명을 내 걸고 필자와는 살부지수처럼 싸웠던 보수논객 한 양반이 그 놈의 담배 값 인상 때문에 대통령을 패대기치는 모습에 안타까워 해 보는 소리다. 지금 대통령과 현 정부에 필요한 것은 조조의 왕후(王垕)같은 인물이나 그에 버금가는 희생양이 필요할 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