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일반

시간 여행 - 미리 가서 되돌아오기

elderseo 2020. 5. 16. 07:02

시간 여행 - 미리 가서 되돌아오기

-"마음은 공간 뿐 아니라 시간마저 자유자재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정해진 자리에 앉아 숨을 돌리고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있습니다. 내가 가야할 목적지의 시차에 따라 내 손목시계의 시간을 가고자 하는 목적지의

시간대에 미리 맞추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시점부터 내 머리속의 모든 두뇌 회로는 새로 셋팅한 목적지의 시간에 따라 일정표가 짜여지고 타임 스케쥴이 조정됩니

다. 아직 목적지의 시간 안에 들어와 있지 않지만 미리 그 시간 안에 내가 지금 머물고 있는 공간을 맞추어 적응시켜버리는 것입니다. 사실 시간의 변화에 따라 내가

있는 공간도 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12년 발간한 미국 신경과 의사인 Eben Alexander의 책, 을 최근에서야 읽게 됐습니다. 천국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 응당 사보게 되는 책인데,

이른바 임사체험(臨死體驗)에 관한 내용입니다. 사실 이런 내용의 책은 많습니다. 그러나 이 책이 유명하게 된 까닭은 그가 미국에서 권위 있는 신경과 의사로서 그

리고 뇌과학의 신봉자로서 평소 죽음 이후의 삶을 철저히 부인해왔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신학자도 아닌 바에야 어설픈 종교 논쟁이나 신비주의적 관점에서 어떤

거창한 영계의 비밀을 거론치 않고 뇌과학자의 입장에서만 말하고 있다는 데 더 흥미를 갖게 합니다.

 

그런데 소위 말하여 그가 갑자기 쓰러져 죽었다 살아난 것입니다. 현대 의학으로는 증명할 수 없는 기적의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그리고 예전과 같이 정상적인 삶

으로 돌아온 후 그가 그토록 부인했던 죽음 이후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자신의 체험으로 공개적인 발언을 하게 된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뇌과학이 정설처럼 주장해

온 많은 이론들을 그 스스로 깨어버린 것입니다. 그의 논리대로라면 일반적인 죽음의 판정인 뇌사(腦死) 판정기준을 뒤집어야 할 판입니다. 그래서 그의 임사체험과

주장은 새로운 세계로의 진입을 열어주는 지평이 될 수 있습니다.

 

그의 여러 이야기 중에서 내게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사람의 의식이 뇌로부터 나오는 게 아니라, 뇌와 관계 없이 뇌의 존재 이전부터 이미 존재하는 것이라는 점입

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뇌가 있고 우리의 의식이 바로 그 뇌로부터 발생되어지는 것이라는 지극히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갖고 있었는데, 그는 자신이 죽은(뇌

사) 상태에서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일들을 자신의 몸 밖에서 체험하고 인식했다는 것입니다. 뇌와 의식의 분리가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때의 의식세계를 그리

스도인은 영의 세계라 부를 수 있습니다. 몸 안에 갇히지 않고 몸과는 별개의 존재인 영(spirit)의 존재를 말합니다.

 

죽었다 살아나고 그래서 천국을 가보았고... 등등의 내가 직접 체험해보지 못한 이야기를 믿느냐 안 믿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현대 의학에서 알지 못하는 뇌과

학의 실체에 대해 문외한으로서 함구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러나 목사의 한 사람으로 눈에 보이는 것 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우리가 알지 못하고 결

코 밝히지 못하는 영(의식)의 세계가 있음을 믿음으로 고백하고 있는 나에게는 그동안 고민해오던 몸 밖의 의식세계에 대한 많은 질문들을 풀어가는 실마리가 제공

되었다는 것입니다. 사도 바울의 셋째 하늘(고후 12:2)에 대한 체험고백에서 '몸 안에, 몸 밖에' 라는 표현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입니다.

 

몸은 정직합니다. 그러나 내 몸이지만 내 뜻대로 움직여지는 것만은 아닙니다. 나이가 들며 병이 들고 몸이 쇠약해질수록 내 몸은 내 맘과 같지 않아 내 뜻대로 움직

여주지 않습니다. 몸 안에 내 마음도 제한되어 갇히게 됩니다. 몸은 물리적 자연원리에 따라 공간적으로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의식의 세계가 몸(뇌)

밖의 일이라면 문제는 달라집니다. 마음은 공간 뿐 아니라 시간마저 자유자재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몸과 분리된 의식의 정점에서 시간을 보고, 그 시간의

흐름 위에서 내가 있는 공간을 바라보며 조율할 수 있다면 이것이 시간여행입니다.

 

인간의 최종적 도착지인 죽음과 또 다른 고통의 시간으로 미리 여행을 떠나 최후 최악의 시점에 다다릅니다. 그리고 그 최악의 시점에서 반드시 겪어야 할 고통을 맛

봅니다. 바로 그 자리는 우리 최후의 죽음 직전의 영역입니다. 의식세계 안에서 이제 지옥의 문턱까지 다다랐음에 그 무엇이건 겁날 것도 부러울 것도 없습니다. 다만

이 몸이 다시 소생되어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는 자유만을 갈구하게 됩니다. 지극히 원초적 본능의 욕구만 남아 몸으로서 느끼는 것만이 진실임을 믿고 받아들이게 됩

니다. 이때 예수님이 느끼신 몸의 고통을 내 것으로 떠올리게 되며 비로소 성육신(incarnation)의 십자가 핵심교리가 이해되고 말씀이 육화(肉化)되는 놀라운 영적 체

험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실제의 제한된 몸의 현실에서 죽음과 질병의 공포와 같은 절망적 두려움만이 보여진다면, 의식의 세계 안에서 두려움과 고통의 그 끝에 미리 가볼 필요가 있

습니다. 그런 다음 그 혹독하고 끔찍한 시간의 끝에서 가슴을 쓸어내린 후 마치 최면에서 깨어나듯 오늘의 현실로 되돌아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다시 생존의, 과

거의 행복했던(이미 체험한 바 있는) 순간들을 향하여 시간의 역주행을 합니다. 그런 다음 의식에서 깨어나 몸의 느낌으로 자신이 처한 현재의 현실을 확인하면 됩니

다. 이 때 감사와 행복이 넘칩니다. 그리고 우리를 향한 아버지 하나님의 뜻은 진정 그 자녀인 우리가 거룩하고, 건강하고, 서로 사랑하고, 행복하기만을 바란다는 것을

깨달아 알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영으로 거듭난 자녀들입니다.

 

조목사

 

 

AbrahamJ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