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격

생의 찬가 - 생의 진실 앞에서

elderseo 2019. 7. 18. 06:35

생의 찬가 - 생의 진실 앞에서


어제 사랑방공동체에서 8월 중순에 있을 '2019 한공협 한마당잔치'건으로 관계자들의 준비모임이 있었습니다. 내가 개

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L 목사님은 내 대학 후배이기도 하지만 한공협(한국공동체교회협의회)을 통해 꽤 오랫동안 친

분을 쌓아온 귀한 형제입니다. 이번 한공협 한마당잔치 행사에도 중직을 맡아 많은 일을 감당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를

위해 그리고 우리 모두를 위해 더 나아가 하나님나라의 확장을 위해 기도해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집에서 폐암 말기로

고생하시는 그의 92세 연로하신 아버지를 직접 간병하느라 꼼짝 없이 매달린 상태여서 행사 때에도 얼마나 시간을 낼 수

있을지가 문제입니다. 요양원으로 모시지 않는 한 자녀들이 이렇게 수고할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지금 이와 같은 문제

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생활의 불편으로 그리고 마음의 짐으로 확산돼 있어서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최근에 그와 통화를 하면서 나 역시 이미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난 어머니 생각이 나서, "목사님, 아버님 간병에 수고가 많

 알지만, 아버님 마지막 가시는 길 외롭지 않게 잘 보살펴 드리세요. 효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니까요. 또 그래

사님 마음도 편하고..."라는 말로 위로겸 권면의 말을 해드렸었지만, 실제로 현장에 있는 분은 그 어려움이 이만저만

이 아닙니다. 그러다 어제 모임에서 아버님 상황을 묻자 기도를 그렇게 간절히 하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궁금하여 아버님

기도 내용이 무엇인지를 묻자 뜻밖의 대답이 나왔습니다. 생의 애착이 강하셔서 지금의 고통 중에도 오래 살게 해달라고

기도하신다는 것입니다. 나는 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 가슴이 찡해지면서 말문이 막혔습니다. 이건 뜻밖의 대답이 아니라

가장 자연스러운 정상적 대답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이것이 생을 향한 인간의 본능이고, 이것이 진실입니다.


살만큼 살았다고요? 그러니 어쩌란 말입니까?! 이제 그만 죽어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입니까?! 세상에 오는 순서대로

상을 떠나야 합니까? 그 엄청난 운명의 일을 인간이 맘대로 움직일 수 있는 일입니까? 사실 20여 년 전에 88세로 소

천하신 우리 어머니는 세상 뜨시기 한 달 전쯤부터 곡기(穀氣)를 끊으시더니 스르르 사그러지듯 자연사 하셨습니다. 죽

고자 하는 의지가 있으셨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는 죽고자 함이 아니요 살아있는 자식들에 대한 애정이 너무 강했기

때문입니다. 나는 곡기를 끊으신 어머니를 달래기 위해 화도 내고 큰소리치면서 종용했지만 굳게 다문 입은 열리지 않

았습니다. 이건 자식을 생각하는 처사가 아니라고 항변했지만, 끝내 어머니 방식을 취하셨고 나는 지금도 그게 못내 섭

섭합니다. 어머니의 선택은 본심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본심은 본능 위에서 누구나 오래 살고 싶은 게

아니겠습니까?!


나는 정치를 잘 모릅니다. 그러기에 정치인도 잘 모릅니다. 다만 정치를 잘 모르는 내가 정치인을 보는 관점은 정치력이

나 어떤 정치적 리더십이 아니라 그 사람의 인간성, 인간됨을 가지고 판단할 뿐입니다. 이러한 인성의 사람이기에 정치도

잘 할 것이다 하는 정도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좋아했던 정치가 중의 한 사람은 꼭 1년 전에 자살로 생을 마감한 노회찬

의원입니다. 정당이나 색깔론과 관계 없이 그분의 소탈함과 진정성이 보여졌기 때문입니다. 또 정치가로서 정두언 씨도

좋아했던 편입니다. 정치적 중립성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어느 쪽의 눈치도 안 보고 직언직설하는 면이 좋았기 때문

입니다. 그런데 그가 어제 우울증으로 자살했다는 보도를 접하고 마음이 답답해졌습니다. 내가 좋아하던 정치인들이 이

런 식으로 삶을 마치다니...  이건 아니다 싶습니다. 생명보다 귀한 게 없는데 우리에게 가장 귀한 생명을 이렇게 버린다면

그 진실은 무엇입니까?!


사탄의 최후 공격 무기는 죽음입니다. 죽음 앞에서는 누구든 무릎을 꿇기 때문입니다. 사실 자신이 어떠한 삶을 살았건

죽음은 이 모든 것을 허무로 돌리게 합니다. 시편이나 전도서는 이 죽음 앞에 선 인간의 나약함과 허무함을 노래하고 있

습니다. 그러나 만일 누군가 죽음을 이겨낸다면 그는 최후의 승리자가 될 것입니다. 예수가 그 유일한 승리자입니다. 예

수가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셨습니다. 그리고 하늘로 승천하여 우리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계십니다. 바로 이것이 복음입

니다. 죽어도 살겠고.... 영원히 산다는 영생의 소망이 믿는 이들의 미래입니다. 하나님의 아들 예수가 무덤을 깨치고 살

아나신 부활이 진실입니다. 죽음마저 이길 수 있어야 진실입니다.


죽음을 이길 수 없기에 그 죽음에 쉽게 내 영혼을 판다면 그는 이미 죽음의 왕 사탄에게 먹힌 것입니다. 어쩌면 자살하는

영혼들처럼 죽음을 두려워 한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사는 게 너무 고통스러워 죽는 게 아니라, 죽음 자체가 너무 두려워

 죽음의 공포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죽음도 존재할 수 없는 허무의 세계로 나를 던져 내가 먼저 죽어버리는 것입니다.


위 사진의 물보라를 치는 아이들의 모습이 황홀하기까지 할 정도로 생동감을 느끼게 합니다. 저들은 몸으로 생의 찬가를

부르고 있습니다. 생의 진실 앞에서 역동적으로 삶을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최근 노인요양원을 섬기면서 내 입에

서 뇌까려지는 두 마디가 있습니다. '치매만 안 걸려도...' '걸을 수만 있다면...' 이라는 말입니다. 치매만 안 걸려도 삶의

의미를 곱씹으며 살 수 있기 때문에 그리고 조금이라도 걸을 수만 있다면 이는 천국생활이기 때문입니다. 인생의 희노애

락(喜怒哀樂) 가운데서 그래도 순간순간 삶의 의미를 되새기며 모두 다 장수하실 수 있기 바랍니다. (혹, 장수가 욕이 된

다고 생각하는 분은 좀 더 살아보시고 말해야 합니다^^)


주님은 고통 중에 있어 사망의 권세에 붙들려 있는 우리를 생명의 길, 승리의 길로 부르십니다.

"고통의 멍에 벗으려고 예수께로 나갑니다... 죽음의 길을 벗어나서 예수께로 나갑니다. 영원한 집을 바라보고 주께로

니다. 멸망의 포구 헤어나와 평화의 나라 다다라서 영광의 주를 뵈오려고 주께로 갑니다." (찬 272장 4절) 


보낸사람
조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