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과 행위
믿음과 행위
종교개혁의 정신을 이어받은 개신교(Protestant)는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얻는다고 가르치고 믿습니다. 그러면서 '행위'를 소홀히 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여러 종교 가운데 기독교인들의 삶이 가장 불량스럽습니다. 믿기만 하면 무조건 천국은 따 놓은 당상이니까 그냥 눈가리고 아웅 하면서 대충 사는 것입니다.
신학공부를 하면서 가장 의아했던 것 중의 하나가 수도원 수도사들의 고행(苦行)을 실랄하게 조롱하던 어떤 교수님이었습니다. "무릎으로 계단을 오르내리고, 등에 바위를 매달고 폭포를 기어오르고, 높은 나무 꼭대기에 겨우 무릎을 꿇을 공간만 만들어 놓고 그 위에서 안 내려오는 수도사들은 참 바보들이야. 그냥 예수님을 믿기만 하면 구원을 얻는데 왜 그렇게 바보같이 사서 고생을 해? 인간의 수도 행위로는 절대로 구원을 받을 수 없고 오직 예수님을 믿음으로만 구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른 학우들은 교수님의 조롱에 동조하듯 와하하하하하 웃으며 '아멘'을 했지만 저는 '아멘' 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기독교 역사에 관심이 많아 초기 기독교 교부들의 삶과 성 프란시스코에 대해 나름대로 혼자 책을 사서 보며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교수님이나 오늘날의 많은 개신교인들은 수도원 수도사들이 구원을 받기 위해 고행을 하는 것이 라고 오해하고 있습니다. 아닙니다. 수도사들도 믿음으로 구원을 받는다는 것을 믿습니다. 수도사들이 고행을 하는 것은 해결되지 않은 내면의 죄성을 뿌리뽑기 위해 고행을 해서라도 육체를 다스리려 하는 것입니다. 하나님 앞에 순결(성결)한 사람이 되기 위한 거룩하고 치열한 몸부림입니다.
"예수님이 내 죄를 사해 주셨습니다." 하고 고백만 하면 그 순간부터 죄가 없는 순결한 사람으로 쨘! 하고 변신합니까? 천만의 말씀입니다. 고백만 가지고는 주님 앞에서 새사람이 되지 않습니다. 고백은 시작일 뿐입니다. 믿음으로 진짜 고백한 사람은 필연적으로 행위로도 고백하게 되어 있습니다. 믿음과 행위는 서로 분리된 둘이 아니라 그냥 하나입니다.
행위가 따르지 않는 믿음은 진짜 구원받은 믿음이 아닙니다. 진짜 믿으면 내 안에 있는 죄를 두고보지 못합니다. 고행을 해서라도 그 죄의 뿌리를 뽑아내고 하나님 앞에 깨끗하고 성화된 모습으로 서고 싶어합니다.
예수님을 믿는다고 입으로 고백하면서 뒤돌아 서서는 개가 토한 것을 다지 집어먹듯 아무렇지 않게 다시 죄를 짓는 사람은 진실로 구원받은 사람이 아닙니다
ⓞ최용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