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일반

통일교-문선명 총재 별세…통일교 어디로 가나?

elderseo 2012. 9. 3. 07:03

문선명 총재 별세…통일교 어디로 가나?

 

[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문선명 총재의 사망을 계기로 통일교의 후계 구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선명 총재는 3년 전 자신이 구순을 맞은 것을 계기로 두 아들 중심의 후계 체제 전환을 모색했다. 문 총재는 통일교단의 핵심축이라 할 종교 부문은 막내인 일곱째 형진씨(33), 교계 재단 산하에 흩어진 20여개 기업 경영은 넷째 국진씨(41)에게 각각 맡겼다. 그러나 후계구도에서 밀린 셋째아들인 현진씨(42)와 후계자로 지목된 두 아들간의 갈등은 끊이질 않았기 때문이다.

문 총재의 일곱 아들 중 첫째와 둘째, 여섯째는 사고 등으로 일찍 세상을 떠났다. 때문에 셋째 현진씨(42)가 사실상의 장남이다. 아버지를 닮아 장대한 기골에 달변가인 그는 2000년부터 문 총재가 주도한 세계평화 활동의 전면에 나서면서 사실상 통일교의 후계자로 주목받았다. 게다가 아버지의 제자로서 통일교 2인자라 불리던 곽정환 이사장을 장인으로 둔 만큼 그의 입지는 독보적인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2008년 봄 이후 문선명 총재의 관심은 현진씨 대신 막내아들 형진씨에게 급격하게 기울어버린다. 이후 현진씨는 그동안 통일교의 최고지도자 지위에 있던 장인 곽정환 목사와 함께 대부분의 통일교 공식 직책에서 밀려나게 된다.

아버지가 막내인 형진씨와 넷째인 국진씨 등 두 동생을 후계자로 낙점해 통일교의 교권과 재단 운영권을 맡기는 과정을 지켜본 현진씨는 이후 '아버지 가르침의 참다운 계승'을 모토로 내걸고 독자 노선을 걷기 시작한다.

또 2009년 8월 통일교에서 현진씨에게 국제통일교회재단(UCI) 이사장직에서 물러날 것을 지시하자 현진씨는 이를 거부했다. 그는 UCI 이사진 중 통일교에서 파견한 두 사람을 해임하고, 그 자리를 처가 식구인 곽 회장 자녀들로 메꿨다. 이어 UCI 정관에서 통일교와 관련된 내용을 삭제하고, 자기가 세계평화 운동을 벌여나가던 '글로벌 피스 페스티벌(GPF)' 재단에 UCI 재산을 기부할 수 있도록 했다. 현진씨의 이 같은 독자 행보는 통일교 내에서 문 총재의 지시를 거부하는 이단으로 몰렸다.

그 배후에 장인 곽정환 전 이사장과 그 친인척들이 있다고 해서 통일교는 한때 교회 2인자였던 곽 전 이사장을 '사탄'으로 공개 규정하기에 이른다. 곽정환 전 이사장과 문현진 회장의 영향력 아래 있는 자산에 대한 반환 소송도 잇따랐다.

이러한 아들간의 갈등은 '문선명 총재의 업적을 어떻게 계승할 것인가에 대한 관점의 차이'에서 비롯됐다고 종교계에선 분석하고 있다. 문현진씨는 아버지인 문선명 총재를 통일교 창시자나 메시아(재림주)로서보다는 인류 평화에 기여한 사상가라는 관점에서 바라본다. 그는 "아버님은 모든 이에게 메시아적 삶을 살라고 가르치셨고 손수 그런 삶을 살아오신위대한 평화운동가다. 나는 아버지의 그런 업적을 계승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동생들은 메시아로서의 아버지 위상을 더욱 강조한다. 문국진 이사장은 "성서에 예수는 재림하신다고 했고, 재림주가 있어야 되는 것이 기독교 신앙이다. 간단한 말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통일신학을 종합하면 아버님이 재림 그리스도로 오셨다고 믿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라고 말했다.

문선명 총재에 대한 이런 관점의 차이는 통일교에 대한 인식 차이로 이어진다. 사실상 통일교회 후계자로 지명된 문형진 세계회장은 1996년 아버지가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으로 바꿔 단 통일교 간판을 부활하도록 지시했다. 그러나 문현진 회장 측은 이에 대해 "동생들이 아버지의 사상과 행적을 종교화하는 것은 역주행이다"라며 반대했다. 종교를 초월해 가정연합으로 명칭을 바꾼 뒤 인류 평화와 초종교적 보편 가치를 추구해온 아버지의 가르침과 맞지 않는다는게 그 이유였다.

통일교에서는 2010년 6월 문 총재 명의의 친필 휘호로 "세계 통일과 천주통일 선교본부의 공문만 인정한다. 상속자는 문형진이다. 그 외 사람은 이단자요 폭파자이다"라고 선포했다. 이어 가족 간 소송 사태가 계속되자 문 총재와 한학자 여사는'문현진은 UCI 회장직을 내놓고 그 재단 자산은 통일교회로 반환하며 소송을 중지하라'는 요지의 선포문을 발표했다. 아들들의 분란에 대해 문선명 총재는 막내 형진씨와 넷째 국진씨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제 문 총재가 떠난 상황에서 통일교의 후계갈등은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주목된다.